
해가 바뀌어서 세상이 꽃으로 가득하다. 봄이면 겉옷을 든 채 다른 손으로 당신 손을 잡고 걷는다. 날이 따뜻해서 잡은 손이 땀으로 젖어들었다. 서로가 별말 없이 끝까지 잡고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당신과 내가 같은 마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벚꽃보다 매화를 더 좋아한다는 당신은 매화나무 사이를 걸을 때 그 향이 났다. 매화향이 가득한 거리에서 당신을 바라보기에 힘이 부쳤는데, 꽃의 향기 때문인지 당신이 그토록 아른거려서인지 알 수 없다. 나는 가까스로 걷는다. 당신 옆에서 걸을 때 아릿한 단내가 코 끝에서 맴돌았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족한 것은 당신이 나를 향기로움으로 채워서이다. 당신은 보고 있어도 넘치게 그립다.
매화 같은 그대, 나는 사랑한다. 그대는 그렇게 나에게 가장 먼저 피워오라. 그리하면 나는 벅찬 마음으로 고이 안아주겠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