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Étude/작은 것들

Solace

혼자와 고독은 다르다. 혼자인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지만 고독함은 주관적인 감정이다. 혼자여서 고독할 수는 있으나 고독해서 혼자인 것은 다른 문제다. 혼자이지만 고독하지 않을 수 있다.

홀로 있을 때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대체로 사소해서 잊고 사는 것들인데, 혼자 있으면 그것들은 서서히 다가온다.

날이 좋아서 혼자서 가보지 않은 곳을 가려했다. 환승하려던 차에 버스가 오늘 운행하지 않는 것을 알았다. 달리 갈 곳이 없어서 기차역으로 향했다. 두 역을 거치면 예전에 간 곳이었는데, 거기가 좋겠다 싶었다.

전에 갔던 기억과는 다르게 도착하니 사람들이 가득했다. 대체로 젊은 남녀들이었고, 이따금 사진을 찍으려는 여자들이 무리 지어 다녔다. 조용히 걸으려는 심산으로 온 것인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나는 중간에 놓인 벤치에 앉아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기온이 26도였다. 입고 온 셔츠를 벗어서 옆에 두었다. 땀에 젖은 머리가 바람에 날렸다. 날씨가 좋다는 것을 나만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과는 달리 폐쇄되어있던 구역이 개방되어 드나들 수 있어서 나는 들어가 구경했다. 관광지여서 아이들이 많았다. 아이를 데려온 부부들이 개를 데려와 아이와 함께 걸었다. 때때로 아이가 목줄을 잡고 개를 끌었는데 그 모습이 평온했다. 아이와 개는 그 자체로도 존재할 수 있을 듯했다.

한참을 앉아있다가 목이 타서 주변의 카페에 들렀다. 카페에는 사람이 없었는데 카운터 앞에 서 있자 어디선가 아르바이트생이 카페 밖에서 들어왔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간단히 먹을 베이글을 주문했다. 기이하게도 내가 빵을 뜯어먹고 있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대부분 테이크아웃이었고 다시 카페에는 나 혼자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다 마신 커피 컵에 물을 받아 마시고 나왔다.

나는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지하철 안에는 아까와 달리 어르신들이 많았다. 나이 든 부부가 서로를 안고 반대편 차창을 바라보았고 떨어진 옆 좌석에서 등산복을 입은 남자가 입을 벌리고 졸았다. 맞은편에 앉은 중년 여성 둘이 선글라스를 낀 채 그들만의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멀어서 들리지 않았다. 정차하기 직전마다 옆칸이 열리며 스포츠웨어를 입은 몸이 다부진 사내들이 자전거를 들고 바쁘게 지나갔다.

모두가 저마다의 사정으로 돌아다닌다. 어디론가 바삐 다니는 사람들이 참으로 부지런해 보였다. 일로 지쳤을 몸을 이끌고 주말에도 다른 곳을 찾는 사람들이었다. 아마도 그것이 그들의 위안이었을 것이다. 각자 다양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 나는 스스로 편안해졌다. 알 수 없는 곳을 다니는 것이 그들의 위안인 것처럼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나에게는 위안이다. 집 안을 벗어나 밖에 나가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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