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니. 여긴 조금 춥고 눈이 와. 비워냈던 그 사람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그 사람. 이름은 차마 떠올릴 수 없는. 두 문장에 마음이 소란해지는 것을 보니 다 비워내지 못했나 보다.
사람을 담으면 너무나 그리울 것 같아서 사람을 비우는 작업을 한다던 사진작가를 생각했다. 그의 카메라에는 마지막으로 풍경만이 담겼다. 담아진 것을 비우는 일은 지독히도 어려워서, 처음부터 담지 않겠다는 다짐. 나는 그처럼 할 수 없어서 모두 지나고 나서야 비워낸다. 그의 사진처럼 애초에 담지 않으면 좋았으련만 원치 않아도 담겼을 테다.
비워내는 사람과 비워지는 사람 중에 누가 더 아플 것인가. 다른 도시에서 문득 내 생각이 나 연락한 네가 더 아픈가. 너의 말 몇 마디에 마음이 어지러운 내가 더 아픈가. 나는 너에게 비워지는 사람이고, 너는 나에게 비워내야 하는 사람이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비워내면서 비워진다. 그런 원리라면 어느 쪽이 더 심할지 알 수 없겠다. 다만 나를 비워내지 못한 너보다 덜 아프자. 너에 비해 먼저 비워내고 있는 나는 그래야 마땅하다.
나는 감기 조심하라는 짧은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 너를 남기지 않아야 춥고 눈이 오는 어느 다른 날에 네가 생각나지 않을 수 있을 텐데 여전히 나는 시큰거린다. 나는 아직 비워내고 있다. 너를 배격하는 중이다.
Étude/사랑하기에 짧은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