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혼자라고 느끼는 건 보통의 감정이 아닙니다. 심심하고 외로운 느낌. 그 정도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겠습니다. 내가 말하는 건 내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는 겁니다. 시간과 함께 굳어져서 이제는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고독감. 견디기 힘들어서 벽을 쌓았습니다. 나를 나로부터 단절시키는 벽. 그러니 견딜만합디다. 그런데 공사라는 것은 자재가 있어야 하지 않나요. 쌓을 재료가 없는데 어떻게 벽을 쌓았을까요. 벽이라고는 했지만 그게 벽이었는지는 지금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습니다. 나 스스로 벽이라고 자위한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결국 터졌습니다. 장마에 댐이 무너져 내리듯이. 쌓아온 것에 짓눌려서 스스로 깔려버렸습니다. 어떻게 나오는지, 나올 수 있기는 한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나는 나를 감당할 수 없었어요.
의사가 유아적 의존 욕구라고 하더군요. 기댈 곳이 없어서 혼자 고립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인정했습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의지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는 그것이 방아쇠가 되어서 나를 쏜 거라고 했습니다. 스스로 회복하기는 어려우니 나보고 치료를 시작하자고 했습니다. 나는 대답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내 몸인데 내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아둔함. 나는 그런 상태였던 겁니다. 나 하나도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불구. 그 와중에도 불구라는 표현이 마음에 듭니다. 신체의 한 부분이 온전하지 못한 사람. 정신도 몸의 한 부분일 테니. 나는 그것이 고장 난 겁니다. 해결할 수 있는지 장담할 수 없는 공포에 나는 다시 압도당할 것입니다. 결국 다시 원점이겠지요. 두려운 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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