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Étude/사랑하기에 짧은 시간

Awkward

그 사람은 그런 말을 했다. 

 

"거리가 필요해요. 그 사람과 나와의 어떤 적정선의 거리감이. 무작정 밀고 들어와버리는 느낌은 정말이지 싫거든요."

 

상대방과 나를 구분지어주는 그 여백이 그 사람에게는 자신이 안도할 수 있는 여유였다. 상대로부터 멀어져야만 얻을 수 있는 감정이라니. 아이러니하지만 사실이었다.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는 그 시선, 기분, 감정. 멀어지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을테니.

 

그 사람의 불평이라 해야 할지, 혼잣말이라 해야 할지. 나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사람에게 맞장구쳤다.

 

"맞아요. 원래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나의 대답이 그 사람의 심기를 건드렸던 모양이다. 진지한 얼굴로 그 사람이 말했다.

 

"아, 그런데 '원래'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원래 그렇지는 않은 것인가. 별 의미 없는 대답이었는데 그 사람에게는 조금 심각한 문제였던 것 같았다. '보통'이나 '일반적'이란 단어를 사용했어야 했을까.

 

"원래 그런 거라면 좀 슬프잖아요. 거리가 있어야 사랑할 수 있다니. 너무 모순적인 것 같아요. 뭐, 원래 인간은 모순적인 존재라지만."

 

그럼 어떤 말이 좋을런지 나는 그 사람에게 물었다. 어려운 질문이었는지 그 사람은 침묵에 잠기더니 한참 뒤에 답변을 내놓았다.

 

"그냥 오늘은 나만 그런 걸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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