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말했다. 너에게 애정을 받아도 받아도 다 써버려서 돌아서면 다시 받아야 한다고. 그래서 나는 말했다. 나는 주고나면 까먹어서 돌아서면 다시 줄 수밖에 없다고.
그녀는 텅 비었고, 조심스러웠고, 주저앉을 것 같았고, 그리고 조금은 애달픈 존재였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녀의 뒷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허전해보여서, 나로 하여금 그녀를 고프게 했다. 부서져버릴 것만 같은 사람. 그래서 한시도 눈을 떼기 어려운 사람.
새벽 바람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미안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녀의 눈길은 수평선 너머를 응시하고 있었다. 미안하다. 그 한마디가 나를 서글프게 했다. '미안해'라는 문장은 모든 것을 말할 수 없으니 그저 세 글자로 나에게 전할 수밖에 없어서 다시 미안하다는 말과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 길 위로 저만치 앞서 가버린 그녀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결핍된 채 서로를 갈구하는 모습이 너와 내가 닮았다. 주면서 안도하는 나와, 받으면서 안도하는 너 사이는 불완전하지만 함께일 때만큼은 평범한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그러니까 적어도 나를 바라볼 때 네가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에 보고 싶다고 말해주기를 바란다. 그렇게 말하기에도 벅차고 애틋한 시간 속에서 우리가 산다는 것을 네가 깨달았으면 한다. 사랑이 원래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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