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Étude/사랑하기에 짧은 시간

Barely

당신은 자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조금 받아들이면 괜찮을 것 같았다. 새벽에 당신을 기다리면서 보낸 시간들이 많아졌다. 한 달이 지나서야 어느새 당신과 내가 그때의 시작점에서 멀리 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끝이 보인다. 당신도 알았을 것이다. 당신에게 이별을 고하고 돌아온 날에 내 방으로 들어가기가 겁났다. 몇 평 되지 않는 그 공간에 당신과 내가 있었다.

 

"정말 미안해."

 

당신은 나에게 죄스러워했다.

 

당신 자신을 기다리게만 해서인지, 나보다 일이 먼저여서인지. 아마도 둘 다였을 것이다. 미안하다는 당신을 보며 나는 스스로 미안해졌다. 당신이 나로 인해 미안해서 힘들어지는 것이 나에게도 견디기 어려운 아픔이었나 보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다독이며 지내다가 당신과 헤어진 날에 나는 서로가 괜찮지 않은 것을 알았다.

 

당신과 나는 버티면서 겨우 살았다. 막연하다. 시간이 지나서야 그 말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하루에 두 마디밖에 나누지 못했던 우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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