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사이로 남자와 여자는 걷고 있었다. 하루를 마치기 전, 여자를 바래다주는 것은 남자의 오래된 습관이었다. 여자의 집 앞에 도착하자 남자가 말했다.
"갈게."
짧은 두 음절을 건네고 남자는 돌아섰다. 여자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조금 짧은 머리 아래로 익숙한 등이 보인다. 저 등에 많이도 기댔다. 어느 날 문득 주저앉고 싶을 때나, 하염없이 너를 보고 싶은 날에 그랬고, 이유 없이 네가 싫어지는 날에도 그랬다.
그런 기억들이 스쳐가니 여자는 갑자기 남자를 붙잡으러 달려가고 싶었다. 오랫동안 들어온 그 익숙한 말이 어째서 오늘따라 더 외롭게 들리는 걸까. 남자가 간다고 했을 때 여자는 그가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여자는 다시 문을 열고 나왔다. 여자의 바람과는 다르게, 남자는 길모퉁이를 돌아 사라진 후였다.
너를 안아본 지가 참 오래되었다. 너를 안았을 때 가슴의 심장이 얼마큼 뛰었는지, 목에서 어떤 향기가 났는지, 그 품에 내가 가득 담겼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 하나만큼은 잊히지 않는다. 너를 처음 팔로 그러안았을 때 느낀 충만감. 머리가 아닌 몸에 남아서 떠나가지 않는, 설명할 수 없는 아릿함. 사랑을 정의할 수 없지만 이것이 사랑이겠다. 너를 안을 때 이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했으니.
우리, 한번 안아보자. 부서질 정도로 뜨겁고도 아프게. 그러면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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