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J를 만났을 때 그는 심리치료를 받고 있었다. 예전부터 봐온 사람이었다. 언제부터 그랬냐는 내 말에 J는 좀 되었다는 말로 답했다. 그동안 아무렇지도 않았던 그가 어째서 그렇게 살고 있는지 나는 낯설어졌다. 그리고 왜 지금 와서야 자신을 고칠 마음이 들었는지도. 내가 묻자 J는 슬쩍 웃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거든요. 근데 그 사람도 아프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사람을 감싸주고 싶었는데 막상 나 하나 챙기기도 버겁더라고요. 결국 그래 주지 못했죠.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나부터 낫고 그 사람을 빨리 안아주려고요."
내 마음에 구멍 난 것보다 그 사람이 아픈 게 더 마음에 걸려서 내린 각오였다. 순수한 연정이구나. 부러운 사람들이다.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지금도 많이 아픈지 물었다.
"밝은 줄만 알았는데 나처럼 아픈 면이 있더라고요, 그 사람."
그 사람도 아프다는 말을 하면서 J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 J의 눈동자는 어딘가에 있을 그 사람을 향하는 듯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가 그만두었다. 시선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는 그만이 알겠다. 다시 일하기 위해 들어가는 J에게 나는 흘러가듯 말했다.
"많이 사랑하나 보네요."
"그 사람이 나를 가슴 뛰게 해서요. 그래서 그냥 그래야겠다 싶어요. 별생각 없이."
그런 사랑도 있겠다. 내 안이 그 사람으로 한없이 들어차서 이제는 그 사람이 웃어야 내가 웃어지는. 그 사람의 흠집을 감싸주지 못해서 나 자신이 움츠러들게 되는, 그런 숨 가쁜 그리움이 어딘가 존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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