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면 사랑이 아니라더라. 궁금해서 물은 말에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하지 않는다든지,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보면 아무 일 없다는 짧은 대답만 해서 무안함을 느끼면 나는 네가 멀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너와의 관계를 의무적으로 이어가야 한다면 나는 이것이 어떤 감정인지 알 수 없다.
너는 나의 숨소리마저 짜증이 난다고 했다. 누군가 콩깍지가 드디어 벗겨진 것이라고 했는데, 딱히 반박하지 못했다. 내가 너무 모든 것을 보여준 탓인가. 상대가 모르는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들었다. 이미 그러기에는 늦어서 맞는 말인지는 모른다. 내 숨소리가 싫다던 너는, 내가 너의 전화번호를 누르기가 겁이 날 때쯤에 떠나갔다. 바보같이 나는 나에게서 문제를 찾으려고 했다. 지나고 보니 결론은 너와 내가 맞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누가 잘못했다고 하기에 우리 둘 다 평범하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사랑이 아닌 다른 것을 한 것이겠다. 정확히는 사랑은 했지만 진작에 끝난 것을 나 혼자 사랑으로 착각했었나 보다. 둘이서 하는 것을 혼자만 했으니 사랑은 아닐 것이다. 너를 생각한 일을 부끄럽고 후회되게 만드는 이것은 분명 사랑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알았던 사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 너와 나의 사이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덜 초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