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Étude/사랑하기에 짧은 시간

Sincere

 

 

커피 한잔을 주문하고 늘 앉던 자리에 앉았다. 바깥공기가 차가웠으나 햇볕이 들어서 포근했다. 햇볕을 등지고 앉아있으니까 등이 뜨뜻해졌다. 나는 햇볕 때문인지 방금 산 커피 때문인지 잠시 헷갈렸으나 이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느 순간부터 옆 테이블에 앉은 이들의 말소리가 카페의 음악소리보다 선명하게 들려왔다. 여자 두 명이었는데 표정이 심각해 보였고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무겁게 귀에 꽂혔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기로나 듣기로나 좋은 광경이었다.

금발의 여자는 헤어진 남자에 대해 말하고 있었고 검은 머리의 여자는 화를 내면서 금발의 여자가 하는 말을 들어주며 이따금씩 자신이 헤어진 것 마냥 상대방보다 더한 분노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가만히 듣던 차에 불편해져서 나는 반쯤 남은 커피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랑한 후에 나 또한 나의 그 사람에게 비난받았을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진실로 아프고 슬프겠구나. 그럴 것이란 생각을 하니 속이 쓰려왔다. 빈 속에 마신 커피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카페 문을 열려던 차에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울면서 말했으므로 발음이 흐렸다.

"나한테 한 번도 진심이었던 적이 없었어.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심이었는데."

돌아보니 그 여자였다.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문득 나는 이름도 얼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그 여자를 안아주고 싶어 졌다.

서로가 서로에게 진심을 보여주지 못한 사이였을 것이다. 여자가 남자에게 실망했듯이 남자도 여자에게 실망했으리라. 남자의 진심이 여자에게 닿지 못했을 뿐 남자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잘못됨은 아닐 것인데, 나는 여자가 남자를 너무 원망하지 않기를 바랐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카페를 나왔다. 사랑이란 원래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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