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Étude/사랑하기에 짧은 시간

Delicate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아요?"

그 질문에 나는 언젠가 그렇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 정말로 만난 적이 있는 것인지 그저 그녀를 잡기 위한 변명이었는지는 이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나는 만난 적이 있다고만 대답했다. 내가 대답했을 때 그녀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웃고 있었는가, 라면 그것 또한 정확하지 않다. 울었다면 말이 되지 않고 무표정이었다면 표정이 있었다고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와 내가 둘이서 있을 때 아무도 보이지 않으면 우리는 입을 맞추었다. 입을 맞출 때 그녀는 사람들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라 그저 섬세한 것이라고, 나를 향해 말했다. 개의함과 섬세함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는 집까지 가면서 입을 맞출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나는 아무도 없을 때마다 그녀와 사랑했다.

 

내가 슬플 때 그녀는 어디선가 들은 듯한 단어로 나를 위로했다. 내가 어디서 들은 말인지 물을 때 그녀는 장소를 말하지 않고 빌려온 말이라고 대답을 대신했다. 왜 자신의 언어로 말해주지 않는 건지, 빌려온 단어로 나를 감싸려는 것인지 물어보려다가 말았던 것 같다.

 

줄 것이 없을 때 그녀와 나는 서로에게 요구하지 않았다. 요구한다고 해서 없는 것이 생겨날 수 없었다. 그 대신으로 그녀는 의미 없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내가 노래를 부를 때 함께 불러주었다. 나는 그녀의 말을 아직까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는 내가 기타를 연주할 때 내가 원하지 않아도 노래를 불렀다. 그녀는 자신이 원해서 노래를 불렀다. 그녀의 의미 없다는 말은 의미가 없는 말이었다.

 

어디에서 본 것 같은 사람이 지나갈 때 나는 그녀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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