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Étude/사랑하기에 짧은 시간

Hollow

별들은 누구와 무엇을 위해서 빛을 내는가. 나는 '누구'와 '무엇'이라는 미지칭 대명사에서 궁금증을 느낀다. 그러한 궁금증은 허연 담배 연기 속에서 밤하늘을 보게 될 때나 불 꺼진 빈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갈 때나 방향성 없는 그리움이 느껴질 때 발생했고, 알지 못하는 이의 품에서 얼마쯤 울고 싶어질 때도 그랬다. 그때마다 나는 별을 향해 기약 없는 질문을 해댔다. 별은 답이 없었고, 나는 스스로 쓸쓸해졌다. 별이 내 생각에 답할 수 있는 원리는 세상에 없다.

내가 별을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그것들은 그 자리에서 발광(發光)했다. 최근에 나는 우리 눈에는 하나로 보이는 별이 실제로는 두 개로 이뤄져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간혹 있는 현상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별들의 절반쯤이 그렇다고 했다.

누군가가 그 이유를 별들도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서 공전하는 별의 모습에 남녀의 사랑을 투영시키는 낭만적인 묘사였다. 별도 누군가의 곁에 머물기를 원한다는 것인가. 나는 속이 울렁거렸다.

이제는 너 없이 나의 모습을 혼자서 본다. 내 마음, 그 시절이 깊은 어둠 속으로 곤두박질칠 때 나는 '너'가 이인칭이 아니라 삼인칭임을 안다. 누구의 중력도 없는 채로 목적 없는 공전을 한다. 서로의 쌍성에서 홀로 항성이 되어 살아간다.

별들도 빛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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