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Étude/사랑하기에 짧은 시간

Cherish

 

 

그녀를 만났을 때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흔한 말로 대화를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나는 먼저 말을 꺼냈다. 나처럼 그녀도 캔버스화를 신고 있었다.

 

"날씨가 좋은데 걸을까요."

 

눈이 부셨는지 살짝 찡그린 그녀의 얼굴을 보니 사진을 찍고 싶어졌다. 배경이 좋다는 곳에서 그녀의 휴대폰으로 그녀를 찍었다. 잘 나왔다며 웃는 그녀의 메신저 프로필은 다음날 그 사진으로 바뀌어있었다.

 

두번째 서로를 볼 때 빈손으로 만나기는 아쉬워서 꽃 한 송이를 사서 건넸다. 선물을 받아 드는 그녀의 애매한 표정을 보고 나는 내 예상이 틀렸음을 직감했다.

 

"꽃 안 좋아해요?" 

"어…… 아뇨 좋아해요. 고마워요." 

"꽃 싫어하는 여자 별로 못 봤는데." 

살짝 무안해져서 그렇게 말했을 때 돌아온 그녀의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음, 사실 싫어하는 건 아닌데 집에 놔둘 곳이 마땅찮아서요. 그리고 시들면 아쉬워서 그냥 애초에 받는 걸 좀……." 

완벽한 대답이었다. 그 말 때문에 나는 내 선물을 반기지 않았던 그녀에게 급속도로 빠져들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나는 이미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여름 초입이었다.

꽃 선물보다 편지 한 통을 좋아하는 그녀는 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꽤 감성적이었고, 때때로 나조차 힘든 상황에서 강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에서 여렸다. 적당히라는 말은 그녀를 위한 단어였다. 적당히 예측하기 어려운 성격. 이런 게 밀고 당기는 건가 싶기도 한, 계속해서 내가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그런 사람.

 

그녀 또한 나를 마음에 두고 있음을 알았을 때 우리는 말을 놓았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이 생겨서 오래 그녀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왔다. 떠나기 전날에 그녀는 나에게 꽃을 사달라고 했다. 나는 의아해져서 물었다.

 

"꽃, 안 좋아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보고 있으면 널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알 수 없는 그녀를 나는 사랑한다. 아마도 그녀에 대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겠으나 그러한 부분마저 나를 향한 마음의 일부임을 안다. 그래서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다. 도저히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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