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Étude/사랑하기에 짧은 시간

Originally

여름이었다. 갑작스러운 공황 상태가 찾아왔다. 가쁜 숨을 내쉬며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좀 와줄 수 있을까."

 

다행히 주말이었고, 그녀는 곧바로 나의 집으로 왔다. 그녀의 얼굴을 보자 나는 버티고 있던 마지막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어떡하지. 나 아무것도 못 하겠어."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얼굴만 매만졌다. 바닥에 주저앉아 겨우 말하는 나를 그녀는 망설임 없이 감싸 안았다. 그제야 참았던 것이 터지기 시작했다.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모습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녀는 내 머리에 얼굴을 맞댄 채 둥글게 만 내 몸을 쓸었다. 부끄러움과 안도감이 뒤섞였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시간이 조금 지나고, 정신이 돌아와서 나는 그녀에게서 천천히 빠져나왔다.

 

"미안해."

 

"무슨 일인지 말해줄 수 있어?"

 

그녀는 괜찮다고 말하지 않고 그저 내 연유를 물었다. 그녀는 바닥을 짚은 내 손을 잡았다. 손이 따뜻했다. 나는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무슨 일.

 

"모르겠어. 그냥……."

 

나는 어째서 이러는 것인가. 머리가 닫혀서 생각나지 않았다. 갑자기 막막해져서 가슴이 답답했는데 생각난 것이 그녀였다.

 

"괜찮아. 오늘 같이 있자. 나 시간 많아."

 

"미안해. 이러면 안 되는데."

 

조용해져서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내 말에 그녀는 대답했다.

 

"나는 네가 나한테 조금만 더 솔직해졌으면 좋겠어."

 

너의 말이 나를 잠겨 들게 한다. 너를 알게 된 순간부터 나는 나로부터 멀어져 왔나 보다. 내가 아는 나를 네가 모르길 바랐고, 단지 내가 원하는 나를 네가 알기를 바랐다. 그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단 한마디로 내가 어리석었음을 깨닫게 한다.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너는 나의 다른 모습까지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아, 바보 같아져서 견딜 수가 없다. 너는 항상 나를 감싸 안아서 새롭게 한다. 보고 있으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시리도록 따뜻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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