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시간이 생긴 나는 혼자서 떠났다. 마땅히 갈 곳은 없었으나 순간 머릿속에 든 단어는 '폐역'이었다. 버스를 몇 번 갈아타고,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는 기차역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늦은 오후였다. 역은 폐쇄되어 관광 장소로 이용 중이었는데 사람이 없었다. 역은 모두가 떠나간 세상인 듯싶었다.
운행이 중지된 열차는 책방으로 쓰이고 있었고, 관계자로 보이는 여성이 열차 안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냈다. 옆으로 남녀 한 쌍이 지나가며 사진을 찍었다. 그 모습에 당신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본 지 오래되었다고 생각했을 무렵에 당신은 나에게 말했다.
"처음만큼은 아닌데, 그래도 나 안 변한 거 하나 있어. 같이 있으니까 참 좋다."
당신은 내가 필요하다고 했다. 당신의 부드러움 때문인지, 나의 성격 때문인지 우리는 꽤 오랜 시간을 의심하지 않고 함께 했다. 새로움은 짧아서 더는 설레기 어려웠는데 나는 당신이 주는 편안함에 안도했고, 당신은 그저 나를 안아주었다. 사랑은 변하는 것이라고, 사람은 계속 변하니까 사랑도 변해가면서 사랑해야 하는 것이라고 당신은 나에게 말했다. 당신의 말은 내가 편안한 사랑에 덜 미안하도록 해주었다. 사랑하는 만큼 변할 것이다.
누군가 가장 오래 지속되는 사랑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사랑이라고 했다. 얄궂은 말이다. 당신과 내가 서로를 떠나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테니 결국 거기서 사랑은 멈출 것이다. 따라서 당신이 한 말이 맞을 것이다. 언제든 다시 서로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변하는 것이 좋겠다. 나의 진심을 담아 당신을 오래 사랑할 수 있도록.
'Étude > 사랑하기에 짧은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Cure (0) | 2021.04.19 |
---|---|
Nostalgia (0) | 2021.04.13 |
Pace (0) | 2021.03.31 |
Mirage (0) | 2021.03.26 |
Originally (0) | 2021.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