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Étude/사랑하기에 짧은 시간

Distant

네가 참 길다. 이토록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아침이 되면 만났다가 밤이 되면 헤어짐을 반복한다. 숱한 이별 속에서 너는 사라지지 않고 내 속에 잠재했다. 날이 저물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유는 단순히 너를 볼 수 없기 때문만이 아니다. 네가 없다는 사실은 저 먼 곳에서 나를 홀로 만들어 어둡게 한다. 결국 너는 나에게 하나의 현상일 것이다.

 

바람이 차가운 날에 너의 방에서 나올 때 너는 말했다.

 

"조금 더 있다 가지."

 

나는 가야 한다는 이유로 나를 바라보는 너를 뒤로하고 나왔다. 너는 언제라도 만날 수 있지만 내일은 스스로 살아내야 한다. 그럼에도 문을 열고 나오면서 나는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오늘을 생각하며 서운해졌다. 떠나는 순간 너는 그저 하나의 과거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다음날이 되어서 만나는 너는 그 전과 다르지는 않아서 내가 아는 웃음으로 나를 안아주겠으나, 끝내 어제의 너를 내가 다시 만져볼 수는 없는 것이다.

 

너를 붙들고 살아가는 일은 넘치고도 까마득하다. 너 한 사람만으로도 나는 이다지도 차오른다. 그리고 너는 끝이 보이지 않는 추억으로 나를 애타게 한다. 너는 보여야만 가까운 존재이다.

 

네가 참 길다. 길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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