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걔가 그런 말을 했다.
"바닷가에 가자. 밤에 가는 거야. 바닷물에 비치는 달을 보고 싶어. 다른 사람들은 필요없고 우리들끼리만."
밤바다를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나는 밤에 가서 뭘 할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걔는,
"그냥 좀 걷자. 파도 소리, 바다 냄새, 발 좀 적시면서. 그래보고 싶어."
라고 대답했다. 눈이 빛나고 있었다. 나는 얼버무렸고, 옆에 있던 다른 애는 웃었다. 그래서 우리는 바다에 갔다. 어느 날 밤이었다.
가까운 바다로 가기로 했다. 먼 곳은 지리를 몰라서 불편했다. 도착한 바다는 관광지가 아니어서 사람은 없었다. 달이 가득 차서 수면에 반사되고 잘게 부서졌다.
"신발 벗자. 젖어."
"그럴 줄 알고 슬리퍼 가져옴."
"와, 자기 것만 챙겼네. 벌이야."
걔가 바닷물을 한움큼 퍼서 뿌린다. 물길에 달이 비쳤다가 옷에 스며들어 사라진다. 귀를 울리는 비명소리가 터진다.
"야, 죽을래?"
"살이나 빼고 달려오지 그래."
"넌 진짜 뒤졌어."
걔가 도망치고, 쟤는 뒤따라 달려간다. 가로등이 없어도 앞이 보이는, 그런 날이어서 표정도 잘 보였다. 웃고 있었다. 둘이서 도망치다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둘 다 젖었다.
"뭐야, 혼자 뽀송뽀송하네. 양심 있냐?"
"야, 잡아."
두명이서 순식간에 나를 들어올린다.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발악해보지만 소용없다. 잠깐 활공하다 곧바로 바다에 입수. 그대로 절여진다.
"아, 코에 물 들어갔어. 뒤질 거 같애."
"혼자 깨끗한 척 하니까 그렇지."
"어감이 좀 그런데. 뭐 타락했어?"
"푸핫."
이미 젖은 거, 그대로 둘을 덮쳐서 뒤로 쓰러진다. 함께 가자. 냅다 일어나서 도망친다. 겨우 정신을 차린 두 명이 젖은 머리칼을 사방으로 흔들며 쫓아왔다. 잡히면 위험하다.
우리는 속옷까지 흠뻑 적셨고, 몸에는 조금인지 많은지 모를 모래알이 묻었다. 돌아다닐 수 있는 모습도 아니고, 돌아가면 빨래도 해야 하는데. 내일 입고 갈 교복인데 아침까지 마르려나.
아, 그런데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분명히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다음 날이 힘들 걸 뻔히 알면서도, 아 왜 이렇게 웃길까. 내 엉망인 꼴도, 웃으며 옆에서 걷는 이 친구들의 표정도. 웃겨서 참기 힘들다. 비실비실 삐져나오는 실소가 전염되어서 서로 멈추질 못한다.
즐거워서인가. 아마도 그렇겠다. 처음으로 오는 밤바다 경험을 너희들과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망쳐버린 상황이,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마음가는대로 질러버린 행동이 현실감있게 다가오는 게 너무 신기해서 그런가보다. 한번도 이렇게 해본 적 없었는데. 걔한테 고마워해야할까. 걔는 내 옆에서 옷자락을 잡고 물을 짜내고 있었다. 가장 원했던 것은 내가 아닐까. 그런 나를 눈치채고 먼저 말해준 걸지도 모르겠다. 감사해야겠구나, 너에게. 바다와 달빛에 젖은 너희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