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Étude/작은 것들

Arid

 

고단하다. 괜찮다고 했다. 말은 쉬웠고 몸은 어려웠다. 괜찮다고 말한 것은 괜찮아지기를 바라는 일이었다. 그렇게 되기란 어려울 것이다.

 

아는 사람이 웃으면서 살자고 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처럼 아무 생각하지 말고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러는 편이 낫다.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온다. 그 사람 따라서 웃어보았더니 더 힘들어졌다. 웃으려니 감정 소모가 심했다. 나는 그 사람을 따라 하는 것을 관두었다. 내가 그가 될 순 없을 것이다.

 

퇴근길은 길었다. 동작대교를 지나면서 길어지는 시간만큼 상념에 빠진다. 차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에서 DJ가 오늘도 수고했다고 말해주었다. 얼굴을 알 수 없는 타인이 건네는 위로는 멀었다. 그 또한 수고로움을 감내하며 살아갈 터인데, 나는 적어도 오늘은 끝났고 그는 이제 시작이니 더 힘들 사람이 누구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나는 고달플지도 모를 DJ가 문득 안쓰러워졌는데, 그러면서도 라디오는 그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일 테니 할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DJ는 웃을 수 있는 직업이지 않을까. 그렇다 해도 그의 힘듦이 나에게는 공유되지 않을 터이니 결국엔 이 모든 것이 내 망상에 불과하겠다. 당신 또한 다른 이가 닿지 못하는 눈물을 흘린 날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액셀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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