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많이 힘들었다. 괜찮다고 해줬으면 좋겠다. 별 일 아니라고 웃으며 나를 안아줄 사람. 그런데 그런 사람이 없다. 이것도 아픔이다.
어제는 울었다. 눈물이 나오지 않아서 '울었다'라는 표현이 맞을지는 알 수 없다. 사전을 보니 운다는 건 눈물을 흘려야 했다. 눈물이 흘러야 울음이었다. 눈가는 뜨거웠으니까 울었다고 하자. 울음 외에 이를 정의할 수 있는 단어가 마땅치 않다.
누군가 아픔은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때문이라고 했고, 선천적으로 그런 것이 잘 분비되는 체질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약을 먹으면 호르몬 분비를 억제시키기 때문에 괜찮아진다는 것이었다. 사람 참 쉬운 물건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약을 먹고 타인과 비슷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사람과 약 사이에서, 나는 약을 선택했다. 사람은 어렵고 약은 쉬웠다. 약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약이 몸속에 들어오듯 내 안에 누군가 들어오는 것 같은, 그런 착각.
오늘도 누군가를 내 안에 들였다. 너무나도 작은 나를 잊게 하는 사람.